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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에 중독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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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05 10:23 조회1,0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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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평범한 직장 여성인 하나 씨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이것이다.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내지?

 

이유 없이 마음이 무겁고 불안하다. 꼭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특별히 걱정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겨우 정신을 추슬러 출근 준비를 서두르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가득하다.

 

‘이 옷은 너무 화려한가? 이건 너무 칙칙하다고들 할 것 같고….

 

거울에 옷매무시를 비쳐보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오늘 만날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동료, 팀장, 고객들, 남자친구…. 

어떤 옷을 입어도 꼬투리가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결국 언제나처럼 너무 튀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은, 누가 봐도 무난하다고 할 만한 옷을 걸쳐 입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인사를 어떻게 하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머릿속이 바쁘다. 

아침 인사, 벌써 몇 년째 반복되는 일인데도 하나 씨한테는 늘 커다란 숙제다. 

자신이 사무실에 들어설 때마다 다들 벼르고 지켜보는 것만 같다. 

그래서 고개를 숙인 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잽싸게 자기 자리로 가는데, 그 몇 걸음 안 되는 거리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거쳐야 하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하나 씨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준비를 하지 않고는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다. ‘혹시라도 나를 싫어하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하나 씨는 윗사람들과의 관계도 무척 어렵다. 

특히 김 팀장에게는 그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중년 남성인 김 팀장은 완벽주의자다. 

사소한 것도 너그럽게 보아 넘기는 일이 없고, 

직원 중 누가 작은 실수만 해도 불같이 화를 낸다. 

팀장의 지적을 받으면 하나 씨는 몸이 마비되는 것처럼 굳어지고, 몹시 불안해진다. 

머릿속이 하얘져서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팀장이 시키는 일은 싫어도 거절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해내야 하기에 다른 일보다 몇 배나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휴가를 미루기도 하고, 주말에 나와 일한 적도 많다. 

그 덕에 어쩌다가 팀장한테 잘했다는 얘길 듣기도 했지만, 기쁨이나 안도감은 잠시뿐이다. 

언제 또 무슨 일이 생겨 큰소리를 들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금세 불안해지곤 했다.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늘 그런 상태다. 

그런데 요즘에는 집에 와도 편치 않다. 잠도 오지 않는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긴장된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피곤이 밀려오고, 가끔씩 욱하고 화가 치밀 때면 회사를 그만두는 상상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하나 씨와 같은 사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어쩌면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타인의 비난과 거절이 두려워 눈치 보며 카멜레온처럼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그런데 인정받기를 원하는 게 잘못된 걸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매우 자연스럽고 건강한 욕구다. 

특히,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전혀 이상하지도 않고 병리적인 것도 아니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은 인간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 것이 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릴 때 문제가 된다. 

인정을 받지 못했을 때, 거절당했을 때, 비난 당했을 때 내 삶 전체가 허망하게 무너져버린다면 그것은 병적이다. 단지 타인의 인정을 받는 데에 내 삶의 소중한 것들을 모두 걸어버린다면, 몹시 억울하고도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내 삶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정중독자는 표면적으로는 착한 사람, 긍정적인 사람, 순한 사람으로 비친다. 

그래서 ‘착한 사람 콤플렉스’‘스마일 페이스 증후군(smile face syndrome)’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 


마음이 텅 빈 방처럼 공허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에 시달린다. 

사람들을 만날 때는 늘 불안하고 긴장된다.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자신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어 속으로 화가 끓어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괴로운데도 자신의 속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약하고 옹졸한 사람이라고 평가받을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인정중독자는 쿨한 사람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심지어 이웃집 강아지까지도 신경이 쓰인다. 온 세상이 나를 좋아해주어야 안심이 된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지만 목마른 사슴처럼 끊임없이 인정을 갈망한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정중독을 만들어내는 걸까? 

 

답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분위기가 인정중독을 일으키는 중요한 인자가 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정, 학교, 직장, 종교,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 인정중독의 토양이 되는 사회적 압력이 존재한다. 그 압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인정중독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토양은 무엇일까?

 

 본 연재는 <누구의 인정도 아닌>(이인수, 이무석/ 위즈덤하우스/ 2017)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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