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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자존감 (자기애적 분노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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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6-07 11:24 조회5,1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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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자존감  (자기애적 분노에 관하여)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는 예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자기애적 성격자란 내면의 자존감 (self-respect)이 매우 불안정하여 끊임없이 수치감(shame)과 무기력감(helpless feeling)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남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거나 무시한다고 느끼면 대단히 강렬한 분노 감정이 일어납니다. 또한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골몰하며, 특히 힘을 통해 상대를 압도하고 싶은 파괴적인 욕구와 복수심도 경험합니다. 이들이 매일 겪는 감정의 격동은 대단히 크고 고단한 것입니다. 마음은 늘 불안합니다.

 

이러한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마음의 수치감과 불안감을 술을 통해 달래기 때문입니다. 또는 일 중독에 빠지기도 합니다. 일에 몰두할 때 나 자신에 대한 고통스런 감정을 잊을 수 있고, 일에서의 성공과 성취는 나의 열등감을 가려주는 훌륭한 방패가 되기 때문입니다. 쉽게 상처받고 분노하기 때문에 부부 관계, 인간관계도 불안정합니다. 아내나 남편의 외도를 지나치게 의심하는 ‘의처증’ 증상 밑에도 매우 불안정한 자존감의 문제가 있습니다. ‘내 배우자는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할 리가 없어. 분명히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이러한 의심과 불안감 역시 대단히 고통스럽습니다.

 

왜 이런 자기애적 성격 문제가 생겨나게 될까요? 정신분석학은 자기애적 성격 문제의 뿌리가 3세 이전의 어린 시절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다고 말합니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강렬한 감정경험, 특히 수치감과 무기력감을 경험했을 때 이러한 문제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상처는 성인기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또한 이후의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여러 형태의 심리적 외상도 자존감 조절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수치감과 열등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여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이어지거나 직장 생활 등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라면 정신분석적 상담치료를 권유해 드리고 싶습니다. 치료 과정은 자기 이해의 과정입니다. 치료자와의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어린 시절의 상처가 어떻게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좀 더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자존감을 조절해갈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분노감을 파괴적으로 폭발시키지 않고, 좀 더 조절할 수 있는 힘도 기르게 됩니다. 분노감을 조절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노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분노는 2차적인 감정입니다. 분노감을 느끼기 전에 어떤 불편한 감정이나 생각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혹시 몹시 분노하고 있다면, 잠시 심호흡을 해 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 내가 화 나기 전에 어떤 감정이 들었지?  그러면 내 분노감을 설명해줄 중요한 실마리를 찾으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수치심이 강한 사람들의 경우에 비난을 받거나, 지적을 받거나, 무시 받고 외면당하게 되면 견딜 수 없는 수치감을 경험합니다. 수치감은 곧이어 분노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삶의 만족과 행복은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비례합니다. 잦은 분노감과 열등감을 경험하신다면 오늘 자신의 자존감을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 자신이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것을 간과하지 마시고, 자존감 문제에 관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이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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