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에 대한 마음의 반응,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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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에 대한 마음의 반응, 우울증
최근 몇 년 사이에 유명한 연예인이나 정치인등을 비롯해서, 성공한 경제인, 학자, 노인과 나이어린 학생 등 한국 사회의 전반에서 자살기도와 그로인한 사망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왔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자살율은 10년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또한 선진국으로 불리는 OECD 국가들 중에서 자살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보고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하루에 40명이 자살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게 되면 그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됩니다. 자살의 원인을 어느 한 가지로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심리적인 문제, 신체 건강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꼽습니다. 우울증은 슬픈 감정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마음의 병입니다. 슬픔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때 발생하는 감정입니다. 슬픈 감정과 함께 늘 불안하고, 긴장하게 되며, 안절부절 못하는 초조감이 나타나고, 무력감과 절망감, 자기비난의 생각이 마음을 지배합니다. 슬픈 감정은 마음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마음이 슬플 때 흔히 경험하는 몸의 증상들은 입맛이 없고, 잠을 잘 수가 없으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성적인 욕구도 사라지게 됩니다. 많은 경우에 신체의 여러 곳에 통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게 되고, 주로 집안에 혼자 있게 됩니다. 식사를 하지않아 체중이 갑자기 줄기도 하고, 반대로 폭식을 하여 과체중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이 2 주일 이상 지속되고, 일상 생활, 학업, 직장 생활을 평소처럼 유지하기 어렵다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의 주요우울장애 (major depressive disorder) 즉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주목할만할 사실은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 중 아직도 많은 분들이 적절한 정신과적 상담과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한 감기나 소화장애, 심장질환이나, 당뇨 등의 신체적인 질환이 발생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병원을 찾아 증상을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왜 우울증은 직접 정신과적 상담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아마도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 수치스럽게 느끼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또 우울한 마음은 의지를 강하게 하면 내 마음에서 지워버릴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우울증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기까지 많은 환자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상당수의 환자들이 신체적 질환에 대한 치료만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 외의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문제를 경험하고 있지만,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울증은 부끄러운 병이 아닙니다.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인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우울증은 매우 흔한 병이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 사람이 일생동안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15% 나 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들보다 2배나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 그 중에서도 특별히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자주 드는 경우는 즉시 정신과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우울증 초기에는 “내가 이렇게 살아서 무엇 하나, 나는 무가치한 존재야, 나 같은 것은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아.” 라는 자기 비난과 무가치감을 느낍니다. 이 단계보다 더 우울증이 진행되면 계속되는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간절한 상태가 됩니다. 이제는 “이렇게 힘들게 하루 하루를 살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자. 그렇게 하면 이 지독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즉, 자살을 통해 고통을 끝내고, 탈출하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이러한 생각이 더 진행되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자살을 계획하게 됩니다. “몇 날 며칠에 어떤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자.” 흔히 자살 시도는 충동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의 환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자살에 대한 생각과 계획을 키워갑니다.
희망적인 사실은 많은 경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우울증은 크게 호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에 의하면, 정신과적인 약물치료와 심리상담을 병행하여 받은 경우에 80% 가량의 환자들이 상당한 호전을 보였습니다. 나머지 20% 정도의 우울증의 경우는 입원 등의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치료는 분명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고 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몇 개월 사이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잠을 잘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신기하다. 내가 왜 그 때 그렇게 까지 절망스러워했지? 내가 왜 죽음을 택하려고 했을까?”하고 스스로 질문을 할 정도의 변화를 보입니다.
우울증을 한 번 경험한 분들은 그 지독한 고통스러움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경험했다고 해서 의지가 약하거나, 못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생각입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문제를 열어 전문가에게 보이는 것입니다. 원인을 찾아 분석하고, 내 마음의 문제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이것이 우울증을 좀 더 일찍 발견하여 치료하고, 자살 등의 심각한 문제를 예방하는 최선의 길이 되겠습니다.
이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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