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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늘 부족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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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05 10:23 조회2,4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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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적 부모가 남겨주는 심리적 유산]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인기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부모 중 누군가 알코올중독인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존감이 낮고, 남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스스로 자기 내면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힘도 부족하다. 또한 만성적인 우울증을 겪거나 

혼자서는 어떤 것도 결정하지 못하기도 한다. 

자기주장을 하기가 힘들며, 분노 감정을 억압하고 회피(avoidance)한다. 

이와 같은 성격적 특성은 인정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처럼 어린 시절 가족 내에서 경험한 심리적 상처들이 인정중독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특히 자기애적 가족체계(narcissistic family system)라는 성장 환경이 인정중독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자기애적’이라는 말은 흔히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을 과대하게 평가하여 스스로의 모습에 도취된 상태를 일컫는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도 쓰인다. 

 

, 오직 자신의 욕구만이 있을 뿐 상대방에게 나와 다른 감정이나 욕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타인을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한 도구로 여긴다. 

자기애적 부모들은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다양한 이유로 자녀의 감정과 욕구를 보지 못한다. 

대신 자녀들에게 자신의 욕구를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한다.

자기애적 부모가 아이의 마음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강력하다. 

심리적 성장을 위협할뿐더러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땐 결국 인정중독에 이르게 한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버림받을 것 같아 늘 불안해’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은 절대적인 것이다. 

받아도 되고 안 받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부모가 적절한 사랑과 인정을 제공해주지 않을 때 아이는 몹시 불안해진다. 

아이는 부모의 따뜻한 반응을 받기 위해서 필사적인 노력을 시작한다. 

하지만 자기애적 부모는 아이가 얼마나 노력했던 간에 자신의 자존심을 살려줄 때만 관심을 기울여준다. 

그래서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서는 ‘명품 아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보통 아이’는 사랑받을 수 없고, 자칫 버림받을 위기에 처하리라는 위기감을 느낀다. 

이런 아이는 사는 것이 늘 두렵다.

‘다른 사람이 불쾌했다면 그건 다 나 때문이야’ 

타인의 감정까지도 모두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부담감을 느낀다. 

이는 무의식적 사명이고 거스르기 어렵다. 

하나 씨는 남자친구와 팀장의 욕구를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늘 노심초사했다. 

하나 씨의 욕구는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두 번째였다. 

그들을 기쁘게 해주지 못한 날이면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잠이 오지 않았다. 

남자친구나 팀장과의 이런 관계는 자기애적인 아버지와의 관계와 너무나 닮았다. 


자신의 심리적 현실은 무시되고 

남자친구나 팀장, 즉 마음속 아버지의 요구만이 하나 씨를 압박했다. 

지나친 요구를 하는 그들이 문제가 아니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자신이 문제라고 느꼈다. 

이는 하나 씨의 마음속에 ‘타인의 감정은 내 책임’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 판단은 믿을 수 없어’ 

자기애적 부모의 자녀는 항상 자신의 판단과 감정을 의심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감정과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영하는 것이 자기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기 자신의 가치관과 결정 능력이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만 행동할 거야’ 

자발성이 부족하고, 수동적이다. 

자신의 실제 감정과 욕구를 회피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늘 타인의 기대나 반응을 살핀 다음 거기에 맞추어 반응하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행동한다.

‘누군가와 너무 가까워지는 것은 불편해’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은 몹시 불편한 일이다. 

그 사람이 중요해질수록 나는 그가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제공해야 한다. 

또 가까이 가면 상대방이 나를 침범하고 조종하게 될까봐 두렵다. 

어떤 관계든 신뢰하기 어렵고,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자기애적 부모로부터 타인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기애적 부모가 ‘다른 사람을 믿지 말아라. 

남을 믿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가지게 된 사람은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신도 자녀의 감정을 읽어주지 못하는 자기애적 부모가 될 수 있다. 

 

이와 달리 부모가 욕구를 적절히 충족해주고, 부모의 지지를 받으며 자란 아이는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신의 필요를 만족시키고 자존감을 유지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자신의 감정적 욕구를 잘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자녀도 편안하게 만족감을 즐기도록 도와줄 수 있다.

 본 연재는 <누구의 인정도 아닌>(이인수, 이무석/ 위즈덤하우스/ 2017)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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